남자친구랑 롯데월드 다녀 온 날이었다.
VOD 무료보기에 있길래 별 기대 없이 봤다가 눈물 쏟았다.
비현실적인 남자와, 현실적인 여자.
남자가 여자를 너무 절실하게 사랑하는 게 느껴지고, 여자가 현실에 너무 지친 게 느껴졌다.
영화는 매우 현실적인 사랑을 묘사한다.
주인공들의 행복한 모습을 볼 때는 보는 나까지 덩달아 행복을 느끼고, 사랑만 있으면 모든 게 다 괜찮을 것 같다는 달콤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가 끝으로 가면 갈수록 이렇게 괴롭고 아픈 게 사랑이라면, 차라리 안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면서 딘이 그 와중에도 신디를 놓지 못할 정도로 사랑하고 있다는 걸 느낀 건, 신디의 병원에 찾아가서 난동을 부리던 장면이다. 욕하고, 소리 지르고, 난폭하게 굴면서도 물건들을 신디에게 집어 던지지를 않았다. 그저 물건을 빼내기만 했다. 저돌적인 걸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딘이. 그런 딘이 그랬다. 그저 자기 분을 못 이겨서 손에 집히는 물건들을 빼내기만 했다. 사실 영화나 드라마 클리셰라면 딘이 물건들을 신디에게 던지고, 맞은 신디가 오열하고 뭐 이렇게 진행되야 하는데 딘은 그러지 않았다.
딘이 모든 걸 망치고 싶어서 병원에 찾아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딘은 뭐라도 붙잡고 싶었을 거다. 미래가 없는 <미래의 방>에서 바닥을 기며 울던 딘은 신디를 어떻게든 붙잡아두고 싶었을 뿐이다. 마지막에 딘이 "내가 어떻게 해야할까?" 하고 묻지만 신디는 답하지 않는다. "내가 잘할게." "어떻게든 할게." 하면서 신디를 붙잡지만 둘의 관계는 끝이 난다.
이 영화는 엔딩크레딧이 킬링 포인트.
사랑이 빛을 잃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인데 역설적이게 엔딩 크레딧에서는 폭죽이 터진다. 그리고 행복했던 시절들이 지나간다. 만개 했을 때는 그보다 아름다울 수 없지만, 터지고 나면 끝나버리는 폭죽에 이들의 관계를 대입하면 영화에 대한 여운이 더 짙어진다.
<http://blog.naver.com/cine_play/220822148847 발췌>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블루 발렌타인 크레딧.
크레딧을 보는 내내 마음이 너무 아프고 슬프고 두렵고.. 여러 감정이 섞여서 도무지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는데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남자친구는 옆에 누워서 잠만 잘 잤다. 잠꼬대도 엄청 많이 하면서.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아프고 힘들어 질 사랑이라면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 했으면서도 쿨쿨 잘 자고 있는 남자친구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굳이 멈추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다. 뭐, 내가 멈추고 싶다고 해서 멈출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영화는 영원한 사랑은 없다는 현실적인 얘기를 하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네가 불길이라도 난 뛰어들게' 라는 노래 가사가 생각 났다. 그래, 이렇게 괴롭고, 아프고, 슬픈 게 사랑이지만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게 사랑이지.
좋은 영화, 잘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