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현 - 엘리베이터
2009년 1월 2일.
아직도 생생하다. 샤이니의 한 멤버를 좋아하던 친구의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아 친구의 생일 선물(친구가 좋아하는 멤버의 사진을 프린트 하여 편지 봉투를 꾸몄다)을 준비하면서 멤버의 얼굴을 익히기 위해 샤이니 무대를 처음 봤다. 그 전까지는 샤이니를 굉장히 우스운 그룹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무대를 보기 전만 해도 '뭐 저런 애들을 좋아한담' 하곤 했다. 그 날 샤이니는 아미고를 불렀고 나는 그 날 바로 샤이니 종현 팬이 되었다.
뒤늦게 데뷔 앨범과 리패키지 앨범을 구매했고 밤새 들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던 노래는 종현의 솔로곡인 '혜야'였고 당시 17살이 되어가던 소녀의 감성을 촉촉히 적시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곡이었다. 5분이 넘는 긴 노래가 끝나가는 게 너무 아쉬워 몇 번이고 반복해서 재생했다. 그리고 종현이 한 경연프로그램에 나가서 불렀던 백만송이 장미는 요즘도 종종 찾아 듣는다.
종현은 내가 지향하는 천재 중 하나였다. 열 아홉의 종현은 내 세상을 모두 흔들어 놓을 만큼의 신선한 충격이었고, 스물의 종현은 나의 무조건적인 애정의 대상이되었다. '스무 살의 감성이 이렇게나 놀라운데, 종현의 이십대는 얼마나 화려할까?' 라는 생각을 했었고 나 역시도 스무 살이 되면 종현의 감성을 닮길 바랐다.
사실 어느순간 부터는 종현이 나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하게 됐다. 더이상 나는 감성이 촉촉한 십대 소녀가 아니었고, 감성이 메마르다 못해 버석해서 가루가 떨어지는 이십대가 되었다. 하지만 종현을 좋아했던 그 때의 마음과 감정들은 여전히 소중했기 때문에 늘 종현이 행복했으면 하기를 바랐고 그가 오래오래 노래 하기를 바랐다.
예전에 내 블로그에 종현의 엘리베이터를 소개하면서 쓴 글을 발췌한다.
[스물 일곱의 종현은 열아홉의 종현과 다른 또다른 신선한 충격을 준다. 내가 좋아하던 스무살의 그 감성은 아니지만 또 다른 내가 좋아하는 감성으로, 또 다른 방식으로. 온 마음을 다한 진심으로, 나는 종현이 오래오래 노래 했으면 좋겠다.]
10년 뒤에 나는 서른 다섯이 되어있을 것이고 종현은 그 때도 여전히 빛나는 스물 여덟의 청년이다. 누난 너무 예뻐를 들으면서 종현의 누나가 되지 못함에 슬퍼했는데 이제 나는 그의 누나가 될 것 이다. 종현은 나에게 있어서 '특별한' 종현이었다. 종현에게 위로 받았던 숱한 푸른 밤들을 잊을 없을 것이고 그의 노래가 어루만져주었던 내 상처들 역시 잊을 수 없다.
종현에게 말하고 싶다. 너무 수고했고 그 곳에서는 제발 행복하길 바라. 내 감성들은 모두 당신의 작품이야. 앞으로 살아가면서 여기저기 부딪히고 상처 받고, 닳아가면서 당신을 잊을 수도 있겠지만 내 감성들은 평생 당신을 기억 할 거야. 먼 미래에 천국에서 만나게 된다면 잘 커줘서 고맙다고 한 마디 해주세요. 나의 10대를 완벽하게 만들어줘서 감사합니다. 늘 기도 할게요.